겨울 끝자락. 일기예보에 낮12시 1mm, 3시 3mm, 6시 3mm의 비가 예보되어 산행하기엔 좋지 않은 날이다. 1mm 정도의 비는 관계없겠지만 3mm는 약간 무리다. 변화무쌍한 하늘을 어찌 정확하게 맞추겠냐만 오전에 후딱 한 바퀴 돌 예정으로 8시가 조금 넘은 시각 꽃마을 방향으로 향하는데 조금 전까지 멀쩡하던 하늘이 심술을 부린다. 출발 5분쯤 되어 우산을 제법 적실 정도의 비는 다행이 꽃마을에 다다르니 거쳤다.
종단숲길이 만들어지기 전에 많이 다녔지만 이 길을 걸어 본지 꽤 오래다. 숲길에 들어서니 예전에 보이지 않았던 안내판들이 곳곳에 자리해 처음 걷는 이라도 쉽게 걸을 수 있도록 배려되어 있다. 갈맷길 팻말보다 더욱 세련되고 방향표식이 명확하고 고도와 GPX 좌표까지 표시되어 만족스럽다.
들어서자마자 서구종단숲길은 아래로 향하니 출발지인 꽃마을이 꽤 고도가 높았나 보다.
민방위교육장 위까지는 옛길 그대로이나 새로 닦인 길은 위로 아래로 구부러져 진행한다. 예전에는 되도록 평평하게 산길을 따라 갔었는데 주민들의 터밭이나 사유지들을 피한 이유로 보인다.
구덕운동장에서 바라보는 구덕산 정상은 경사가 가팔라 이곳 주민들도 거의 이용하지 않고 주로 꽃마을에서 임도를 따라 구덕산, 승학산으로 향하는데 간혹 희미한 등산로로 구덕산을 오르는 이도 있다. 나 역시 10년전쯤 한번 오르내린적 있었는데 상당히 난코스로 가까운 시일내에 한번 더 올라야겠다는 결심을 해 본다.
그게 아니면 꽃마을에서 내원정사를 거쳐 대신공원의 엄광산을 주로 이용하는데 구덕산 숲길이 전국의 유명산악회들의 리본들도 등산로 곳곳에 눈에 띄어 서구종단숲길 덕분에 꽤 유명세를 탓나 보다.
곳곳에 편백나무향이 진동하는데 대신공원이나 어린이대공원안의 편백림보다는 훨씬 수령이 짧다. 이 일대는 한국전쟁을 거치며 나무들이 마구 벌목되어 벌거숭이 산이었다. 1960년대에 이르러 신림녹화정책에 의해 대규모로 심어 졌는데 필자가 중학교 때 학교 단체로 식수했던 곳이다. 그러니 50여년정도에 오늘날의 숲길로 변했으니 실로 격세지감(隔世之感)이다.
수년전부터 대규모의 롯데캐슬아파트의 신축으로 산허리에서 보는 서구시내조망은 아파트에 가려 재미가 없어졌다. 아파트사이로 구덕운동장의 일부가 조금씩 보이는 게 전부이다. 허긴 우리 집에서 올려다 보면 산의 중턱까지 아파트로 가리고 있으니 당연한데 이제 대신동일대와 구덕운동장전경을 제대로 보려면 구덕산, 시약산정상에서나 가능하리라 생각이다.
울창한 편백림을 조금 더 지나 수도사 아래를 지나게 되는데 텃밭들이 나타나는데 이 부근에 개사육농장이 있는듯 하다. 특유의 노린네가 얼굴을 찌푸리게 하는데 이 길을 걷는 이들에게는 고역이다. 행정관청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본다. 곳곳에 '길없음'이란 안내가 보이는데 예전에는 그 길로 다녓던 길로 편하게 다니던 길이 몇몇 변경되어 오르내림이 많다. 아마 주민들이 가꾸는 텃밭을 피했거나 사유지인 이유인 것 같다. 이 부근의 등산로는 3월중순에 개나리, 4월이면 벗나무들의 꽃향연이 멋진곳이기도 하다.
대티배수지 부근까지 깨끗하고 평탄한 숲길인데 이제 내리서면 대티고개마루이다. 옛날에는 서대신동에서 이 고개를 넘어 괴정으로 넘어 다녔는데 1971년 대티터널이 생기면서 이 고갯길은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주로 이용하리라 생각한다.
횡단보도를 건너 대티배수지위로 향하는데 작년부터 이 길이 개방되어 친환경휴식처로 바뀌었다. 배수지는 정화과정을 거쳐 깨끗한 물이 가정으로 보내기 전에 마지막 거치는 곳으로 그 역할에 자세히는 알 수 없으나 부산시내 곳곳에 있다. 그 곳들이 이제 시민에게 개방되고 있으니 바람직한 추세이다.
제1배수지를 넘어 약간 오름길을 오르면 제2배수지와 연결되고 곧 까치고개라 불리는 동네가 나타난다. 서구 까치고개길을 넘어 내려가면 사하구 괴정동인데 공영주차장 사이로 넘어 가니 우리가 걷는길은 서구의 끝길을 걷는 모양이다. 그 산길에는 보호수 당산나무가 있는데 팽나무로 수령 100년이라고 한다. 그 팻말에 서구 아미동이라 표시되어 있고 맞은 편에 홍매화 울타리가 우리를 반긴다.
이 산길을 마지막으로 감천동으로 접어 드는데 곧 사하구 감천문화마을이다. 휴일의 오전시간인데 많은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다. 이곳 마을은 예전 태극도 마을로 불리웟는데 1950년대에 태극도 신도들과 6.25 전쟁 피난민들이 모여 형성된 마을이다. 그동안 낙후된 동네로 알려졌으나 부산지역의 예술가와 주민들이 합심해 담장이나 건물 벽에 벽화 등을 그리는 '마을미술 프로젝트'가 진행되어 부산의 관광명소가 되었다.
오늘 지나지 않았지만 잠시 아미동 비석마을을 소개한다. 아미동 산 19번지 일대로 일제강점기 시절에 일본인들의 공동묘지와 화장장이 있었다. 1960년대 부산이 공업화되면서 돈벌겠다고 시골에서 올라 온 이들이나 한국전쟁때 피난민, 또 철거민이들에 의해 이곳에 마을로 개척되었는데, 일본인들의 묘지는 2~3평 정도의 납골묘인지라 그위에 천막이나 판자만 덮어면 주거 공간으로 바뀌어 그대로 망(亡)자의 터가 산자의 집으로 변신하여 지금도 곳곳에 일본인들의 비석을 볼 수 있다. 한 어르신은 그 옛날 아궁이에 불떼려고 디적이면 뼈가 나오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면 막걸리 한 잔 따라 좀 더 위쪽 산에 묻어 주곤 했다고 하며 지금도 망자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설 추석으로 자그마하게 제사도 지내 준다고 한다. 부모님세대의 아픔 마을이 앞으로는 행복마을이 되기 바란다.
서구의 비석마을이나 사하구의 감천태극도마을은 고달팠던 옛 삶의 흔적이 관광명소라니 나 개인적으로는 솔직히 흥미를 끌지 않는데 몰려 온 관광객들에겐 문화마을탐방이란 이름으로 구경꺼리인 모양이다. 사람이 거주하던 공간은 그대로인데 큰길, 골목길 가리지 않고 장사터로 변하고 있는 듯 한 느낌이다. 좀 더 개선되어 문화마을 이름에 걸맞은 지역이 되길 바란다. 길 위편에 잘 꾸며진 화장실에 잠시 둘렀다가 빠르게 이 마을을 벗어 난다.
우리는 가던 길을 계속하기 위해 감정초등학교옆길로 오른다. 이곳도 서구로 속하는 길이다. 평일에는 조용하던 곳이 초입에서 주차장까지는 수많은 승용차들 때문에 걷기 힘들 정도이다. 이곳에서 서구종단숲길은 천마산을 일주하는 천마산10리길과 만난다. 평탄한 임도를 버리고 우측 산길로 오르는데 별로 가파른 오르막이 아닌데 구덕산에서 좀 시달렸는지 몹시 힘든다. 작은 봉우리옆 철탑 주변에 지난번 갈맷길 걸을 때 쉬었던 정자에서 쉬어 가려 했는데 먼저 온 산객들이 차지해 여의치 않다.
전망대주변에도 사람이 북적거려 그냥 통과하고 천마산 정상에는 봉수대가 있는데 오늘은 곧장 아랫편 조각공원쪽으로 진행해 해송정 정자에서 휴식을 하며 빵, 커피로 요기를 했다.
아침 밥숟가락 놓자마자 집을 나서 약 3시간반 정도를 걸었으니 상당히 피로감이 오고 시장기가 온다. 예보된 비는 하늘을 보니 올 것 같지 않은데 당초 여기까지만 걷기로 했기에 이제 하산해야 할 시간이다, 안사람이 남포동 할매보리밥이 먹고 싶다고 해 나 역시 동감이다.
남은 암남동 구간은 갈맷길4-1코스에서도 걸었는데 적당한 때 다시 이어 나가기로 후일을 기약한다. 하산은 가장 가까운 코스를 타기로 작정하고 대원사 절쪽으로 내려 새로 생긴 산복도로를 잠시 구경했는데 같은 서구에 오랫동안 살면서도 이쪽 길은 처음으로 좀 더 시간이 허락했더라면 이 산복도로로 계속 걸었으리라. 지금은 동이름이 바뀌어 충무동이 된 옛 완월동길을 지나 자갈치로 발걸음을 돌리며 오늘 서구종단숲길을 마무리했다.
8:43 민방위교육장을 지나 데크길에서 내려다 보며 한 장. 여가까지 오르는 사이 비는 거쳤는데 하늘은 안개로 뿌연빛.
꽃마을로 오르는 도로가 일부 확장되고 있고 잠시 내렸던 비로 도로가 젖어 있다.
뻔한 길이데 경로를 한번 더 살펴 보는데 오후시간 비예보 때문에 완주는 안될 듯 하다.
비가 시작되기 전에 마쳐야 한다. 가는데까지 가 보자.
8:54 서구종단숲길입구. 지난주 엄광산 일주하며 봐두엇던 길이다. 수많은 산객들을 위해 깨끗한 화장실도 있다.
이런 이정표들이 곳곳에 위치해 길 찾는데는 무리가 전혀 없다. GPX좌표까지 적혀 있다. 배수지까지는 2,500m
일차 대티배수지(대티고개)로 향하면 된다.
이제 막 시작했는데 내리막길 연속이다.
예전 새벽산책코스로 자주 이용했던 길인데 약간 변화가 보인다.
국제신문 근교산팀에서 취재왔었나 보다.
도심의 산들의 둘레길은 오르막내리막이 힘들기는 이 길 역시 마찬가지다.
계속 내리막이던 길이 바뀌어 이제 한참을 오르막이다.
매화가 반간다.
수도암.
언젠가 컴퓨터고장으로 출장을 요구했었는데 너무 까꼬막이라 난처해 한 적 있었는데, 요즘은 그저 잊을만 하면 가끔 들러주는 스님이 있는 곳.
방금 지날때까지 여러 마리의 개들이 밖에 있었는데 뒤돌아 보니 사라졌다.
주인이 저 개집안에 몰아 넣었나 본데 개사육장 특유의 냄새가 진동해 코를 잡고 지났는데 비위생적이라 눈쌀이 절로 찌뿌려진다.
예전엔 길없음으로 평탄하게 걸었는데 길을 새로 만들어 졌다.
저 아래로 우리 동네, 구덕운동장이 롯데캐슬아파트에 완전히 가려 몇 년 전과는 딴판이다.
예전엔 보이지 않았던 사유지임을 알리는 팻말.
평탄한 길도 많다.
수상한 삼거리 통과했는데 뒤돌아 한 장 찍었다.
우리는 우측 아래쪽 계단에서 올라 왔는데 반대 방향으로 걷는 이들은 헷갈릴 듯 하다. 좌측으로 향하다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향할 듯 하다.
구덕산 정상방향인가? 좌측길도 너무 또렸해 팻말이 하나 있어야 하는것 아닌가?
어려웠던 시절, 구덕산은 나무가 마구 벌목되어 벌거숭이 였는데, 나 중학교시절에 새마을운동으로 식목일날 심은 나무들이다.
대개 수령이 50년이 넘었을 것이다. 완만한 길인데 대체로 이런 멋진 길이 많다.
아까 지난 길없음과 만날 수 있을텐데... 길없음으로 막히고 계단길로 이어진다.
800m만 가면 배수지. 출발지로부터 2130m 왔다.
체육시설. 대티배수지 방향 팻말. 이제 내리막으로 향하면 대티고개와 만난다.
꽃마을에서 여기까지 왔던 새로난 코스길은 오르 내리막이 많아 은근히 힘들었다고 본다. 아마 사유지와 터밭들을 피해 다시 길을 만든 이유일게다.
봄이 왔나 보다. 터밭일구는 일손들이 분주하다. 몇몇 밭일하는 분들을 피해 촬영했다.
대티고개를 만난다. 구덕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들머리이다.
길을 건너기 위해 두곳의 횡단보도를 건넌다.
예전엔 이 길이 아닌 사하구 오작로를 돌아 갔었는데 예전엔 없었던 길이 만들어 졌다.
쉬운 안내판 덕분으로 배수지 뒤를 자연스럽게 오른다.
데크길 좌측입구. 이곳의 지명은 서구 서대신동인데 왜 괴정 성불사인가? 전화국번도 사하전화국 전화이다.
막혔던 길을 데크길로 쉽게 오른다.
배수지 위에서 내려 다 본 서대신동 일대 풍경.
엄광산과 구봉산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봄이 오면 벗꽃 물결로 장관을 이룬다. 좌측 아파트 뒷길로 온 셈이다.
그리 급하진 않으나 은근한 고갯길을 오르면
이곳 주민들의 쉼터인 제2 대티배수지가 나타나고...
주차장 담사이의 오름길.
길 우측으로는 벽화로 단장되어 있는 성모의마을을 지난다.
팽나무 마을 수호수.
홍매화가 봄소식을 진하게 전한다.
아미고개 비석마을이 이 아래다.
해방과 한국전쟁후 이름없는 일본인들 공동묘지터에 형성된 마을로 비석들을 담벼락, 묘지의 비석을 담벼락, 계단등에 이용했다고 하니 상상하기 어려웠던 시절의 동네라 할 수 있다.
이곳부터 감천문화마을이다.
감천문화마을과 합류한다
휴일이라 많은 관광객들이 붐빈다.
조용하던 마을주민들은 휴일이면 이렇게 늘 시꺼러운 동네로 탈바꿈 한다.
11:16 휴일 감천고개 풍경
바로 아래 감정초등학교 운동장이 개방되면 좋을텐데.. 바로 위 유료주차장은 초만원이다.
천마산 10리길 초입
뿌연 하늘이라 그리 멀리 조망되진 않는데, 날씨 좋은날엔 광안대교, 장산까지 한 눈에 들어 온다.
편안한 임도 버리고 등산로로 오른다.
조각공원 가는길.
조각공원 쉼터에서 잠시 휴식
12:29 배도 고파오고 3시의 비예보로 하산해 자갈치로 향한다.
대원서 절 상당히 큰 절인데 처음으로 지난다.
산복도로와 만나니 눈앞에 굉장한 전망대가 나타난다.
서구종단숲길을 비켜 벗어나니 이런 멋진 경관도 만난다. 너무 좋은데...
야경도 괜찮을 것 같다.
하산길에 만난 일행 두 분과 나란히 전망대의 경치를 즐긴다. 파란하늘이였다면 더욱 멋졌으리라.
주민말로는 작년여름쯤에 지어 졌다고 한다. '누리바라기' 뜻을 자세히 읽어 보았다. 부산의 산, 바다, 하늘을 우두커니 항상 바라보고 있었다.
누리: 세상을 문어적으로 또는 예스럽게 이르는 순 우리말.
바라기: 해바라기에사 파생된 순 우리말. 무언가만 바라보는 것을 -바라기라 한다.
산복도로를 한동안 걷다가 용주사를 지나 자갈치방향으로 내려 섰다. 깨끗하게 페인트칠로 골목들이 아주 깨끗하다.
산동네 화재에 취약한 동네라 던지는 소화기라는것도 본다. 처음 보는 소화기다.
총각때부터 잊을만 하면 가끔 찾았던 원조 해성보리밥집에 들러 4000원짜리 한그릇씩 먹고, 자갈치시장 만남광장에 잠시 휴식후 국제시장-깡통시장-보수동을 거쳐 집에 오니 정확히 3시. 오후 예보된 비는 집도착 한참후인 저녁 7시쯤 잠시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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